전주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 문 앞에서 꽤 오래 서성거렸다

전주 신용회복위원회 사무실 문 앞에서 꽤 오래 서성거렸다

어느 날 아침, 회사 근처 은행에서 월급이 들어왔다는 알림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딱 십 분 뒤였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도, 이체가 되지도 않았다. 화면에는 ‘출금 제한’이라는 네 글자가 떴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을까. 알고 보니 카드 대금을 몇 달째 미룬 게 화근이었다. 카드사에서 가압류를 걸어버린 모양이었다. 급여 통장이 묶이니 당장 이번 달 월세부터 막막해졌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 먹기도 무서운 상황이 닥치니, 비로소 내 통장 잔고가 문제가 아니라 인생 자체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전주 신용회복위원회까지 찾아갔던 날

무작정 인터넷을 검색하다 전주신용회복위원회 지점을 찾았다. 사실 가기 전까지 망설임이 길었다. 거기를 가면 내 신용이 완전히 끝장나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얼굴을 내미는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자가 꽤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표정들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 불안한 눈동자. 상담 창구 앞에서는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사무적인 태도였지만, 내 연체 기간을 툭툭 짚어주며 신속채무조정이나 개인워크아웃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 수임료 몇백만 원씩 받는 법무사 광고들이 먼저 떠올랐는데, 정작 여기서 말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물론 내 상황에서 원금 감면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했지만, 당장 카드사가 내 통장에 건 가압류 절차를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통장압류 해지와 복잡한 서류들

워크아웃을 신청한다고 해서 바로 통장 압류가 풀리는 건 아니었다. 이게 제일 짜증 나는 부분이었다. 신청서를 접수하고 채권 금융기관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며칠이 걸릴지, 아니면 아예 거절당할지 알 수 없는 시간들. 법원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해서 안심했지만, 막상 실무적인 서류를 챙기다 보니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멍청하게 지냈나 싶었다. 소득 증빙 서류에, 부채 증명서에, 매번 떼어오는 서류마다 금액이 적혀 있는데 그 숫자가 볼 때마다 사람을 작아지게 만들었다. 차라리 회생을 할까 싶어 수원회생법원 쪽 절차도 슬쩍 알아봤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여서 금방 포기했다. 지금 내 처지에 빚을 갚으려고 또 빚을 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같았다.

개인워크아웃 신청 그 후의 일상

신청을 마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아니, 사실 가벼워진 건지 그냥 포기한 건지 잘 모르겠다. 상담료는 무료였지만, 내 미래를 담보로 건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돈을 넣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될 텐데, 과연 내가 성실하게 갚아나갈 수 있을지 자신도 없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밀리면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하니 그게 제일 무섭다. 차라리 예전처럼 카드 돌려막기를 하던 시절이 편했나 싶기도 하다가, 어차피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그냥 일 끝나고 집에 오면 통장 잔고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여전히 압류는 해지되지 않았고, 당분간은 현금으로 생활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를 사도 이게 내 돈인지 빚인지 헷갈리는 날들이 반복된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들

지인들에게는 말도 못 꺼냈다. 다들 사는 게 바빠 보이고, 굳이 이런 치부를 드러내서 좋을 게 없으니까. 포항에 사는 친구가 전화 왔을 때도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서둘러 끊었다. 내가 지금 신용회복기금이나 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혀를 차거나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 시선이 두려운 건지, 아니면 내 스스로가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5년 정도는 숨죽이고 살아야 한다는데, 그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냥 다음 달에 무사히 이체할 돈이나 통장에 잘 들어오길 바랄 뿐이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흘러가는 게 묘하게 불쾌하다.

댓글 3
  • 신용회복위원회에 갔던 날 서류들을 보니 정말 복잡한 상황인 거 실감났어요. 제 친구들 중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도 없어서,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받은 후, 통장 잔고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서 더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 신용회복 기금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리, 정말 이해가 되네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그 친구의 걱정 때문에 더 힘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