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는다는 게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사람을 믿는다는 게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가끔 TV를 보다가 최준석 선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20억이라는 큰돈을 지인에게 투자 사기로 날렸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처음에는 그냥 남의 일처럼 들렸다. 나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 같았으니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살면서 돈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뒤틀리는 건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더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게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법원 근처의 서늘한 기운

한번은 아는 형님이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서 같이 법원 근처에 간 적이 있다. 단순히 법무사 사무실이나 가겠거니 했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건물 등기부등본 떼고, 내용증명 보내고, 압류 절차 밟는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이건 뭐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단순한 과정이 아니었다. 종이 몇 장으로 사람의 인생이 묶이고 풀리는 과정이 이렇게나 건조하게 진행된다는 게 참 이상했다. 5만 원, 10만 원씩 들어가는 수수료들도 어찌나 아깝던지. 결국 그 형님은 절반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돌아왔다.

차용증이라는 종이 한 장의 무게

처음 돈을 빌려줄 때는 다들 좋게 시작한다. 차용증?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많다. 그냥 믿고 빌려주는 건데 굳이 종이에 써야 하나 싶어서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종이 한 장이 없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나도 예전에 지인한테 작은 돈을 빌려주고 그냥 구두로만 약속했다가 결국 돈도 잃고 사람도 잃었다. 그 뒤로는 뭐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얼굴 붉히기 싫어서 또 망설이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빚 청산이 남긴 일상의 흔적들

뉴스에 나온 최준석 선수는 농산물 판매까지 하면서 빚을 갚아나간다고 했다. 20억이라는 액수는 상상도 안 가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을 무력감은 조금은 알 것 같다. 매달 들어오는 수입에서 이자 갚고 생활비 빼고 나면, 통장에는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상태. 사람이 돈에 쫓기다 보면 성격도 변하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예전엔 ‘나는 사람을 잘 안 믿으니까 그럴 일 없어’라고 호언장담했던 지인들도 막상 본인이 그 상황에 놓이면 별수 없더라. 야구교실을 운영하면서 닥치는 대로 일한다는 그 마음, 그게 얼마나 절박한 건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라는 낙인

주변에서 개인회생이니 파산이니 하는 단어를 듣는 게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런 걸 입 밖으로 내는 것조차 금기시했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정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게 정보가 많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는 서류 한 장 떼는 것도 헷갈리고, 내가 지금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올라가는 건지 아닌지조차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호사 비용은 또 왜 그렇게 비싼지, 빚을 갚으려고 법원을 찾는 건데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신뢰라는 건 참 미묘하다. 돈이라는 게 사람의 본성을 가장 빠르게 시험하는 도구라는 걸 매번 깨닫는다. 아직도 지인과 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섣불리 ‘정리해라’, ‘법대로 해라’라고 하기엔 그들이 겪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 길고 고통스럽다는 걸 아니까. 그냥 서로 조금씩 더 조심하고,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뻔한 생각만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이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는 날이 정말 오기는 할까 싶기도 하고.

댓글 2
  • 구두 약속의 함정은 정말 심각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라도 있어서 그 답답함 충분히 이해해요.

  • 최준석 선수의 사례처럼,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건 정말 흔한 일이라는 점이 와닿네요. 특히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