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에서 독촉 문자가 오기 시작했을 때의 막막함
처음 대출연체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만 해도 그냥 며칠 늦는 정도로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카드사에서 전화가 오고 은행에서 매일 아침 독촉 문자가 찍히기 시작하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신용회복제도라는 게 있다는데, 용어도 너무 어렵고 프리워크아웃조건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내 상황에 맞는 건지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변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서 그냥 혼자 방구석에서 핸드폰만 붙잡고 밤새 글들을 뒤적거렸다. 대출금이 꼬이기 시작하니까 낮에는 일에 집중도 안 되고 핸드폰 진동만 울려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나날이 며칠 동안 계속됐다. 다들 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을 찾아가 보라고도 하고, 누구는 파산이란 단어까지 쓰면서 겁을 주는데 내 수준에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건지조차 혼란스럽기만 했다. 결국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어떻게든 조정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이버 창구를 두드려보게 되었다.
인천 지점까지 직접 가기 부담스러워 알아본 사이버창구
처음에는 직접 대면 상담을 받아야 하는 줄 알고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 있는 인천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봤다. 예술회관역 근처에 있는 걸로 나오는데, 평일 낮에 회사를 비우고 거기를 찾아갈 짬이 도무지 나질 않았다. 은행 독촉 전화를 피하느라 눈치가 보이는데 연차까지 내고 법률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예전에 사촌 형이 대구에서 빚 때문에 힘들 때 대구법률구조공단에 직접 찾아가서 물어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나도 그래야 하나 싶었는데,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기 빚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자체가 엄청난 진입장벽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 지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하면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고, 수수료도 오만 원(50,000원) 정도로 저렴하다고 해서 일단 퇴근하고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켰다. 굳이 창구 직원을 마주 보며 내 구차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나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공인인증서와 보안 프로그램 설치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
그런데 온라인 신청이 생각만큼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 홈페이지에 접속하자마자 무슨 보안 프로그램을 5개나 깔라고 창이 떴다. 설치를 누르면 브라우저가 꺼지고, 다시 켜면 또 설치하라고 나오고 하는 통에 초반부터 진이 다 빠졌다. 겨우 로그인을 하려고 보니 이번에는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단다. 요즘 세상에 다들 간편인증 쓰는데 꼭 옛날 방식의 공인인증서나 범용인증서가 있어야만 본인 확인이 되는 시스템이라니, 서랍 구석에 박혀 있던 오래된 USB를 찾아내느라 방을 다 뒤집어엎었다. 어찌어찌 로그인을 하고 신청 단계를 밟아가는데, 내가 빌린 채무 내역을 불러오는 과정에서도 서버 오류가 났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때 진짜 모니터를 부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피곤은 밀려오는데 이 간단해 보이는 접수 하나를 제대로 못 해서 버벅거리고 있는 내 처지가 참 처량하게 느껴졌다.
법원 회생과 신용회복제도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밤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건 내가 과연 제대로 선택한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개인회생 프로그램도 있고 일반 법원의 개인회생 절차도 있다는데, 사실 그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프리워크아웃조건을 쳐봐도 온통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사무실의 광고 글들뿐이라 신뢰가 가질 않았다. 대전회생법원 같은 법원 포털에 들어가서 개인회생기간단축 사례나 서류 양식을 읽어봐도 법률 용어가 너무 낯설어서 외계어를 읽는 기분이었다. 법원을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빚 탕감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는데, 대신 들어가는 송달료나 변호사 선임 비용 같은 초기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반면에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로 접수하는 건 신청 비용 5만 원만 내면 되니까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덜했지만, 혹시라도 채권 기관들이 동의를 안 해주면 시간만 날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맴돌았다.
접수 완료 화면을 보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까닭
우여곡절 끝에 소득 증빙 서류와 주민등록등본 같은 파일들을 첨부하고 최종 제출 버튼을 눌렀다. 신청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팝업창이 뜨긴 했지만, 흔한 카카오톡 알림톡 하나 오지 않아서 이게 제대로 접수가 된 건지 아닌지 불안해서 마이페이지를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다. 접수 완료라는 글자를 보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기는커녕 앞으로 몇 달 동안 이 심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혹시 거절당하면 그때는 진짜 대출연체 독촉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만 더 늘었다. 법률구조공단에 가서 무료 상담이라도 한번 받아보고 신청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당분간은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통장에 남은 잔액과 매달 나가야 하는 이자를 계산해 보면 여전히 앞날이 캄캄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남들은 개인회생으로 빚 탕감도 받고 새 삶을 산다는데 나는 이 좁은 방에서 공인인증서 오류와 싸우며 겨우 신청서 하나 던져놓은 수준이라, 이게 정말 해결의 시작이 맞는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공인인증서 때문에 USB 찾느라 정말 힘들었겠네요. 특히 밤 11시 넘어서 이런 경험은 더 속상할 것 같아요.
공인인증서 때문에 진짜 좌절했었네요. 보안 프로그램 설치하는 것도 처음엔 몰라서 당황했거든요.
개인회생 절차랑 신용회복제도 차이 때문에 밤새 검색한 거, 정말 공감돼요. 법률 용어 때문에 완전 멘붕이었거든요.
개인회생 절차 비교 정보가 부족해서 꼼꼼하게 알아볼 엄두도 못 냈던 것 같아요. 채권 기관의 동의 여부에 따라 시간 낭비될까 봐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