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덜컥 겁이 났던 오후
며칠 전 점심을 먹고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무작정 서초동 법원 근처로 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데, 인터넷 검색창에 ‘개인회생비용’이라고 치면 광고만 수두룩하게 뜨니까 더 머리가 아팠다. 사무실이 밀집된 건물 앞에 서서 간판들을 쳐다보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20대 때 아무 생각 없이 빌렸던 돈들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이제는 월급을 받아도 이자 갚기에 급급한 상황이 된 거다. 처음에는 그냥 어플로 대출을 몇 번 받았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까지 내 일상을 갉아먹을 줄은 정말 몰랐다. 사무실 이름들을 하나씩 훑어보는데, 어떤 곳은 변호사가 직접 한다고 써 있고, 어떤 곳은 법무사들이 모여서 하는 곳 같았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라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가 평균이라던데, 당장 수중에 그 돈이 있을 리 만무해서 분납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저 막막함만 앞섰다.
비슷비슷한 사무실 간판들 사이에서
골목을 돌면서 계속 간판만 쳐다봤다. 사실 내가 뭘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독촉 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그렇다고 해서 덜컥 누군가에게 내 인생의 빚 문제를 맡기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소상공인 지원 어쩌고 하는 기사도 봤는데, 나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고. 그냥 일반 직장인인 내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려면 결국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인을 구해야 하는 건데,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주변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은 내가 혼자서 서류를 떼고 증명해야 하는 일들인데 그걸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누군가는 20대 개인회생이 어렵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빨리 시작하는 게 답이라고 하는데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사무실 문턱이 유난히 높게 느껴진 이유
결국 용기가 안 나서 한 사무실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 쳤다. 안에서 들리는 전화기 소리나 상담하는 소리가 나한테는 왜 그렇게 날카롭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개인회생 이의신청’ 같은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공부할 때는 그냥 법률 용어였는데, 막상 상담실이라는 공간을 눈앞에 두니까 이건 내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게 실감이 났다. 상담료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내 상황을 낱낱이 털어놓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수치스럽고 무서운 일이었다. 어떤 곳은 ‘저렴한 곳’이라고 광고하던데, 과연 저렴한 곳이 일을 제대로 처리해줄까 싶기도 하고, 비싼 곳은 도대체 뭐가 다른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근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커피만 마셨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든 생각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또다시 돈 계산을 했다. 다음 달 카드값, 그다음 달 이자, 생활비. 이렇게 계속 돌려막기를 하는 게 맞나 싶지만 당장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파산 신청은 너무 멀리 나가는 것 같고, 개인회생을 하려면 최소한의 비용도 마련해야 하고. 법무사 사무실에 전화 한 통 돌리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루 종일 밖을 배회했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니 우편함에 또 독촉장이 꽂혀 있었다. 이제는 무섭지도 않다. 그냥 짜증이 난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사는 게 내 인생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다음에 다시 나갈 때는 정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 텐데,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용기가 날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하기로 했다. 더 생각하면 정말 잠을 못 잘 것 같으니까.
독촉장 보는 게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며칠 동안 멍 때리면서 그냥 걸어 다녔던 기억이 나요.
사무실 문 앞까지 가보셨다니, 그 공간 자체의 긴장감이 글에 잘 녹아있네요. 상담실의 묘사가 특히 와닿았습니다.
변호사나 법무사 비용이 그렇게 비싼 이유를 알 수가 없네요. 지금 당장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더 답답한 마음이 계속 되네요.
제 경험으로도 비슷한 경우를 봤어요. 변호사 비용이 부담될 때는 법무사 쪽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인데, 꼼꼼하게 비교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