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사무실 문턱에서 서성이다 돌아온 날

법무사 사무실 문턱에서 서성이다 돌아온 날

서류 뭉치를 들고 나선 길

지갑에 꽂힌 체크카드들을 보며 며칠을 고민했다. 한 달에 몇 번씩 날아오는 독촉장과 문자들이 이제는 일상이 된 건지, 아니면 감각이 무뎌진 건지 가늠조차 안 되었다. 부채증명원을 발급받으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릴 때마다 내 이름이 어디에 어떻게 묶여 있는지 확인하는 게 참 곤혹스러웠다. 대출 이자만 내느라 정작 원금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통장을 스치듯 지나가는 월급은 정말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회생 수임료가 얼마인지 검색해 보다가 창을 닫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결국 용기를 내어 집 근처에 있는 법무사 사무실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낯선 사무실의 공기

간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간 사무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져서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여기서 내 사정을 다 털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사무장으로 보이는 분이 건조한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물었다. 준비해 간 서류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는데,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져서 일부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상담 비용이 발생할까 봐 미리 가격대를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말문이 턱 막혔다. 세금 문제나 차량 압류 건 같은 것들이 얽혀 있으면 더 복잡해질 거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이 모든 과정이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과 현실 사이의 괴리

대화가 길어질수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려면 당장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고, 향후 몇 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한데, 그 비용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빚을 만드는 일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누군가는 차라리 개인파산이 낫다고 하고, 누군가는 성실히 갚는 게 최선이라 말하는데, 내 상황은 그 어디쯤에서 어정쩡하게 걸쳐져 있는 것 같았다. 법무사님은 변제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나는 그저 오늘 당장 이 빚의 굴레에서 한 발자국만이라도 벗어날 방법이 궁금했을 뿐이다.

끝나지 않은 질문들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이 이상하게 밝았다. 해가 지고 있었는데도 길거리는 여전히 분주했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실까 하다가 잔고 생각을 하며 편의점 커피로 대신했다. 약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의 수임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실 그것도 지금 당장 내게는 큰돈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사실 처음부터 완벽한 정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누군가에게는 법적인 절차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일상의 무게가 달라지는 중요한 일인데,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결국 다시 제자리인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건 없다. 법인 폐업 신고 후에 남은 빚을 처리하는 게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겁이 덜컥 났다. 신용회복위원회 같은 곳을 더 알아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게 답인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할지, 사실 머릿속이 하얗다. 오늘 얻은 건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내가 얼마나 많은 서류와 숫자 뒤에 숨어 살고 있었는지에 대한 막연한 깨달음뿐이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 때까지도,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빚들이 다 사라져 있길 바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댓글 2
  • 서류 들다가 느껴지는 불안함, 저도 똑같았어요. 특히 법인 폐업 후 빚 처리 생각하면 정말 막막하더라구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부채증명원 발급받으면서 이름이 여러 곳에 묶여있는 걸 보고 정말 당황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