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동 사무실 골목의 묘한 공기
지난주에 서초동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회생 상담을 받아볼까 해서 법률 사무소가 밀집해 있다는 그 동네를 한 바퀴 돌았던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변호사 사무실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무거웠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인생이 크게 휘청이는 상황이라 그런지 건물의 높이부터가 괜히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원래는 미리 예약하고 간 곳이 있었는데, 막상 입구까지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왜 그랬을까. 내가 감당해야 할 빚의 무게를 남의 입을 통해 확인받는 게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하다.
원금 균등 분할 상환이 주는 압박감
뉴스나 공고문을 보면 귀농 창업 자금이나 주택 구입 지원 대출에서 흔히 보이는 게 ‘5년 거치 1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이라는 문구다. 예전에는 그냥 대출 상환 방식 중 하나겠거니 했다. 그런데 내가 갚아야 할 돈 앞에서 이 단어를 마주하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단순히 숫자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내 매달의 삶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계처럼 깎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거치 기간 동안 이자만 낼 때는 그나마 숨을 쉴 법한데, 막상 원금이 섞이기 시작하면 생활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태가 된다. 사실 돈을 빌릴 때는 이런 세부 사항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출받을 때 은행 창구 직원이 설명해 주던 그 짧은 시간들이 지금 와서 보니 참 길게 느껴진다.
비용 분납이라는 또 다른 현실의 문턱
지인 중 한 명은 개인회생을 진행하면서 수임료를 분납했다고 했다. 법무법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당장 갚아야 할 돈도 부족한 사람들에게 수백만 원대의 수임료는 또 다른 큰 산이다. 상담을 받으러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개인회생 비용들은 생각보다 꽤 다양했다. 대략 200에서 300만 원 사이가 흔한 것 같은데, 이걸 한 번에 내지 않고 몇 달에 걸쳐 나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족쇄인 건지 잘 모르겠다. 상담료만 해도 5만 원에서 10만 원씩 받는 곳도 있고, 무료 상담이라고 해서 가보면 결국 다른 비용이 추가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더 신중해진다. 변호사 사무실을 고르는 일조차 빚 갚는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직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어제는 혼자 밤늦게까지 엑셀을 열어놓고 원금과 이자를 계산해 봤다. 채무의 규모가 5천만 원 미만인지 이상인지, 그리고 연체가 얼마나 되었는지에 따라 구제책이 다르다는데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참 힘들다. 내가 지금 당장 신청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조금 더 버텨보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안 선다. 개인회생절차라는 게 단순히 서류만 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법원과 계속해서 씨름해야 하는 과정이라고들 하니까 더 주저하게 된다. 오늘도 퇴근길에 그 법률 사무소 거리를 다시 지날지 모르겠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서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1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면, 결국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현실인데도 여전히 도망치고만 싶다. 상담을 예약할까 말까 고민만 벌써 일주일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