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류봉투를 매주 받다 보니 무뎌진다는 게 문제다

법원 서류봉투를 매주 받다 보니 무뎌진다는 게 문제다

등기 우편함에 쌓이는 노란 봉투들

처음에는 집 현관에 꽂혀 있는 노란색 법원 등기 우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놀랐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 봉투 자체가 나라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신용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수원지방법원에서 날아온 서류들은 대개 비슷비슷했다. 보정권고라는 말이 찍힌 종이들. 내용은 늘 비슷했다. 소득을 더 자세히 밝히라거나, 아니면 재산 목록에 내가 깜빡하고 적지 않은 예금 계좌를 소명하라는 식이었다. 처음 상담받았던 사무실에서는 ‘금방 끝난다’고 했지만, 막상 절차에 들어가니 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대리인이 1,000건 넘게 해봤다고 해서 안심했지만, 막상 내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그 사람들도 그저 서류를 접수해주는 행정 절차의 일부처럼 보일 뿐이었다.

소득 산정과 최저생계비의 현실

개인회생을 준비하면서 가장 징글징글했던 건 내 통장을 샅샅이 뒤지는 과정이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게 벅차 해외 주식이나 선물 같은 것에 눈을 돌렸던 게 화근이었다. 그때는 그게 일종의 재테크인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6,000만 원이라는 빚이 생겼고, 남편 몰래 해결해보려다가 결국은 다 들통나고 말았다. 법원은 냉정했다. 남편의 소득이 높으니 내 생계비를 산정할 때도 깐깐하게 굴었다. 법원에서 정해준 최저생계비라는 게, 사실 서울이나 수원 같은 도시에서 아이 키우며 살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매달 갚아야 하는 변제금 액수를 통보받았을 때, 한숨만 나왔다. 남은 돈으로 다음 달 생활비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내 일상이 됐다.

파산관재인이 묻는 것들에 대하여

한번은 파산관재인실 근처에서 대기하는데, 옆에 앉은 분이 파산 신청 비용이 얼마인지 계속 물어보더라. 나는 개인회생으로 진행 중이었지만, 그분은 이미 회생은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대략 수백만 원 정도 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돈마저도 대출받아야 하는 처지라며 한숨을 쉬는데 뭐라 위로할 말이 없었다. 법률구조공단 같은 곳도 알아봤지만, 사실 그곳의 문턱도 낮지는 않다. 상담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고, 대기 시간도 길어지다 보면 결국 사설 법무법인을 찾게 되는 게 우리 같은 사람들의 흔한 경로인 것 같다. 나도 결국은 수원에 있는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고 진행했는데, 변호사 얼굴을 직접 보기보다는 사무장하고 연락하는 일이 90% 이상이었다. 이게 맞는 건지 의심이 들어도 이미 시작한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연대채무와 꼬여버린 인간관계

개인회생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던 건 빚의 종류였다. 내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긴 빚 말고도, 과거에 친구를 돕겠다고 보증을 섰던 연대채무가 섞여 있었다. 이게 정말 복잡했다. 내가 회생을 한다고 해서 친구의 빚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법원 서류를 챙기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사정이 다 알려지게 된다. 채권자 목록에 들어가는 순간,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때로는 지인들에게도 우편물이 발송되기도 하니까.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하나둘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데, 채무 조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내 바닥. 그걸 견디는 게 생각보다 멘탈 소모가 크다.

결국 끝나긴 할까 싶은 기분

지금도 매달 정해진 날짜에 돈을 입금하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이제 절반 정도 지났는데, 처음의 그 절박함은 조금 무뎌졌다. 이제는 그냥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내가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은 법원에서 오는 우편물을 봐도 놀라지 않는다. 그냥 ‘아, 또 왔구나’ 하고 뜯어서 확인하는 게 전부다. 변제금이 끝난다고 해서 바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신용 회복이 되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그 이후에 나는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댓글 3
  • 법원 서류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불안함 정도를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 매달 변제금 받으면서 생활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네요. 특히 처음 절박했을 때랑 지금은 다르게 느껴져서 마음이 무뎌지는 것 같아요.

  • 법원 서류 봉투를 그냥 무시하게 된 게 정말 안타깝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