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뭉치를 들고 창구에 앉아있던 날
며칠 전 문득 예전에 은행 창구에서 서류를 잔뜩 내밀고 식은땀을 흘리던 기억이 났다. 햇살론이라는 게 처음엔 그냥 나라에서 도와주는 대출인 줄로만 알았다. 막연하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거니까 좀 쉽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오판이었다. 융창저축은행인지 어디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일단 서류가 너무 많았다. 사업자 등록증에 소득금액 증명원, 뭐 뗄 게 그렇게 많은지 동사무소와 은행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그때는 내가 가진 신용등급이나 연체 이력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제대로 몰랐다. 상담원이 서류를 훑어보다가 ‘고객님, 이건 좀 어려우실 것 같은데요’라고 무심하게 던지던 그 말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대위변제율이 30%가 넘는다는 뉴스를 보며
최근에 뉴스를 보는데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30% 가까이 된다는 기사를 봤다. 예전엔 그냥 남 일 같았는데, 이제는 그 숫자가 얼마나 무거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사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었는지 돌이켜보면, 그냥 당장 내일 나갈 돈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잇돌 대출이든 햇살론이든 상품 이름은 참 많은데 막상 내 상황에서는 그게 다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서민금융진흥원 보증이 들어간다 해도 결국은 은행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니까. 그때 상담해주던 직원이 내 신용 점수를 띄워놓고 한숨을 쉬던 그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인다.
연체 이력이라는 꼬리표에 대하여
5영업일 이상 연체를 하면 기록이 남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냥 며칠 늦게 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그게 1년 동안 내 신용 점수를 발목 잡는 족쇄가 될 줄이야. 한번 신용 점수가 깎이고 나니까 햇살론 유스 같은 거라도 알아보고 싶었지만, 나이 제한이나 자격 요건이 내 상황이랑 딱딱 들어맞지 않더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상품이라도 결국 연체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참 냉정하다. 빚을 갚으려고 빚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게 정말 재기를 위한 건지 아니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제주은행이나 신한금융에서 하는 포용금융 소식들
요즘은 제주은행이나 신한금융 쪽에서 연체 채권을 소각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36억 규모니 뭐니 하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진작 좀 해주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그때 겪었던 그 막막함은 어디로 갔나’ 싶기도 하다. 포용금융이니 뭐니 하면서 이름은 거창한데,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여전히 크다. 성실 상환자에게는 자산 형성을 지원해준다는데, 당장 연체 기록 때문에 대출 자체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얼마나 머나먼 이야기인지. 나도 한때는 그 ‘성실 상환자’가 되려고 참 애를 썼는데,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끝내 해결되지 않은 불안함
아직도 가끔 신용 조회 앱을 켜서 점수를 확인한다. 올랐나 싶어서 들어가 보면 여전히 제자리걸음일 때가 많다. 햇살론이든 뭐든 결국은 빚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대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주변 사람들은 이제 좀 안정됐냐고 묻지만, 사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 개인회생이나 워크아웃 같은 것도 알아봤는데, 그것마저도 자격 조건이 까다롭더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맨땅에 헤딩하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나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은행 앱을 껐다 켰다 하면서 괜히 시간만 보내고 있다.
사업자 등록증 때문에 동사무소랑 은행을 계속 왔다갔다 했던 게 정말 힘들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