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날아온 우편물 한 장 때문에 몇 날 며칠을 허비했다

법원에서 날아온 우편물 한 장 때문에 몇 날 며칠을 허비했다

등기 우편 하나가 가져온 피로감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우체국 등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보통 등기 올 일이 없으니 덜컥 겁부터 났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우체국에 달려가 찾아온 봉투 안에는 생전 처음 보는 두툼한 서류가 들어 있었다. 거래하던 업체가 파산 선고를 받았으니, 혹시 받을 돈이 있다면 ‘파산채권신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7,000만 원 정도 되는 잔금을 1년 넘게 못 받고 있어서 속이 타던 차였는데, 이런 식으로 통보를 받으니 허탈함이 앞섰다.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던 시간

법원에서 보낸 서류는 온통 법률 용어 투성이였다. 채권 원인, 발생 일자, 증빙 자료까지 꼼꼼하게 적어야 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올해 3월에 상대방 측에서 돈 대신 주겠다고 해서 받은 ‘출자전환 합의서’가 700주 있었는데, 이게 파산 절차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 길이 없었다. 주당 10만 원이라고는 하지만 휴지 조각이 될지, 아니면 정말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랑 똑같은 처지의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개인회생 면책신청서나 신속채무조정 같은 키워드만 잔뜩 나왔지, 막상 채권 신고를 하는 입장에서 뭘 챙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비용을 들여 대리인을 쓸까도 고민했지만, 이미 떼인 돈도 큰데 여기서 더 돈을 쓴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다.

서류 뭉치를 들고 법원을 기웃거렸다

결국 혼자 해보기로 하고 관련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세금계산서, 계약서, 통장 입금 내역, 합의서까지 A4 용지로 수십 장이 나왔다. 인천 근처에 있는 법원 민원실에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담당자가 전화를 잘 받지도 않아서 몇 번을 연결 대기하다가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본인의 채권이 확실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첨부하라’는 원론적인 말뿐이었다. 그때 시간이 벌써 오후 4시를 넘기고 있었고, 제출 기한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마음만 더 급해졌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다

며칠을 밤새워 서류를 정리하고 우체국 등기로 부치고 나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법인 파산이라는 게 뉴스에서 라임 사태나 대학 파산 같은 거창한 이야기로만 접했지, 내 일상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은 몰랐다. 7,000만 원이라는 돈이 과연 얼마나 회수될지, 애초에 회수할 수나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담당 변호사라도 있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까. 지금은 그저 서류가 잘 접수되었는지, 중간에 보정 명령이 나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차피 다 받지도 못할 돈이라는 주변의 냉소적인 반응을 들을 때마다 그냥 손을 떼고 싶다가도,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끝까지 붙들고 있다. 이게 과연 최선인지, 아니면 애초에 포기하는 게 현명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댓글 2
  • 출자전환 합의서 내용이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파산 절차에서 ‘700주’가 어떻게 처리될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더 답답하더라고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마음 잘 이해해요. 중요한 서류를 잘못 보내면 답답한 감정이 정말 심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