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 빚청산 도와주려다 내 머리만 터질 뻔했다

사촌 형 빚청산 도와주려다 내 머리만 터질 뻔했다

처음에는 그냥 서류 몇 장 내면 다 빚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사촌 형이 사업하다 크게 망해서 옆에서 같이 해결책을 알아봐 주던 때가 있었다. 빚청산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에 인터넷 검색을 해봤을 때는 그냥 법원에 신청서 몇 장 적어 내고 판사가 승인해 주면 다음 날부터 독촉 전화 안 오고 새 삶을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제일 먼저 부딪힌 건 단어들부터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개인회생이니 개인파산이니 비슷해 보이는데 뭐가 다른지조차 헷갈렸다. 인터넷에는 온통 자기들한테 맡기면 다 해결된다는 광고글뿐이라 진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법률구조공단과 사설 법률사무소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처음에 찾아간 곳은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는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나 대한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이었다. 공공기관이니까 왠지 신뢰가 가고 서류도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방문해 보니 대기 시간도 너무 길고, 준비해야 하는 서류 목록을 받아 들었는데 무슨 주민등록등초본부터 시작해서 통장 거래 내역을 수년 치 떼어 오라고 했다. 진행 속도도 답답해서 결국 서초역 10번 출구 법조타운 쪽에 있는 사설 법률사무소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보통 법무사나 변호사 파산신청비용이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선이었는데, 당장 돈이 한 푼도 없는 형의 상태에서 이 수임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큰 장벽이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개인파산신청자격요건과 소득 증빙의 늪

사촌 형은 아예 수입이 없는 상태여서 개인파산조건에 당연히 맞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상담을 받아보니 개인파산신청자격요건이라는 게 그냥 ‘나 지금 돈 없고 힘들어요’라고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몸이 아프거나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유를 증명해야 했다. 멀쩡하게 사지 육신 건강한데 일 안 하고 파산 신청하면 법원에서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차라리 아주 적은 돈이라도 벌어서 일부라도 갚아나가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주변에서 개인회생추천을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결국 회생과 파산의 기준이 소득 유무와 근로 능력이라는 걸 그때서야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국세 체납이랑 세금은 면책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멍해졌다

진짜 골치 아팠던 건 비면책채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촌 형은 사업을 접으면서 부가세랑 종합소득세 같은 세금 체납액이 꽤 많았다. 나는 파산면책을 받으면 모든 빚이 다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세금이나 과태료 같은 건 비면책채권이라서 파산을 하든 회생을 하든 끝까지 따라다닌다고 했다. 국세체납소멸이라는 제도도 언뜻 들었지만, 이것도 요건이 엄청 까다로워서 세무서에서 재산 조사를 다 하고 압류할 게 전혀 없는 상태로 수년이 지나야 겨우 가능할까 말까 한 얘기였다. 결국 세금은 파산을 해도 안 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사촌 형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세금 빚은 정말 끝까지 발목을 잡는 무서운 존재였다.

수임료 몇십만 원 아끼려다 머리만 복잡해진 서류 준비 과정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개인회생잘하는곳을 찾아보겠다고 인터넷 카페며 블로그를 온종일 뒤지고 다녔다. 어디는 80만 원에 해준다고 해서 전화해보면 송달료니 부채증명서 발급 대행비니 하면서 결국 야금야금 추가 비용을 붙여서 결국 180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결국 비교하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그냥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은 법률사무소에 계약금을 일부 걸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문제였다. 법원에서 보정명령이라는 게 계속 내려왔다. 최근 1년 동안 쓴 카드 값 중에서 왜 이 식당에서 5만 원을 썼는지, 이체 내역 중에 친구한테 보낸 10만 원은 무슨 돈인지 일일이 소명하라는 식이었다. 통장 내역 뒤져가면서 기억도 안 나는 지출을 설명해야 하는 게 진짜 미칠 노릇이었다.

아직도 끝난 게 아닌 것 같은 찜찜한 기분

우여곡절 끝에 서류는 다 접수했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법원 문턱을 한번 드나들고 나니 사람이 진이 다 빠진다고 해야 할까. 중간에 서류가 미비해서 기각되면 그동안 낸 비용이랑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건지 불안하기도 하고, 세금 체납된 건 결국 따로 갚아나가야 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법률사무소에서는 다 잘 될 거라고 안심시키지만, 막상 닥쳐보니 내 뜻대로 흘러가는 건 하나도 없고 그냥 질질 끌려다니는 기분만 든다. 법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복잡하고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 건지 이번에 뼈저리게 배웠다.

댓글 4
  • 정말 복잡한 문제네요. 파산 절차 자체가 얼마나 많은 서류와 확인을 요구하는지 알 것 같아요, 힘내세요!

  • 비면책 채권 때문에 형분이 더 마음 아프네요. 저는 항상 파산하면 끝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 개인회생 이야기 들으면서 소득 증명 때문에 얼마나 답답할지 공감했어요. 정확한 서류 준비 없이 미비한 정보만 가지고 법률사무소에 맡기면 더 큰 비용이 나올 수 있더라구요.

  • 세금 문제는 진짜 충격이었네요. 처음에는 완전히 해결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