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를 들고 법원 앞을 서성거리던 날들

서류 뭉치를 들고 법원 앞을 서성거리던 날들

서류가 사람을 잡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통장에 찍힌 마이너스 숫자를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냥 금방 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자가 이자를 낳고 돌려막기가 일상이 되니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결국 개인회생이라는 걸 알아보게 됐는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서류 떼러 주민센터를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다.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라는 걸 처음 떼어봤을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현타가 세게 왔다. 법률 사무소 몇 군데 전화해봤는데 수임료가 천차만별이었다. 대략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당장 그 돈도 없는 사람한테 너무 큰 벽처럼 느껴졌다.

상담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

강남 쪽 사무실이었나, 상담 예약하고 찾아갔을 때 사무장이 앉아서 서류를 쭉 훑더니 내 빚의 이유를 묻더라. 솔직히 말해야 하나 싶어서 주식 조금이랑 생활비라고 했는데, 표정이 딱히 좋지는 않았다. 도박 빚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20대라서 그런지 더 깐깐하게 물어보는 느낌이었다. 수임료는 분납이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매달 나가는 변제금에 사무소에 낼 돈까지 합치면 사실상 숨만 쉬고 살아야 하는 구조였다. 변호사님 얼굴은 거의 못 보고 실장님이랑만 이야기하고 나왔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당장 빚 독촉 전화가 오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 서명을 했다.

통장에 찍히는 압류 딱지의 공포

회생 절차 시작하기 직전이 가장 무서웠던 것 같다. 통장 압류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현금을 뽑아서 지갑에 넣어두는 버릇이 생겼다. 친구들은 술 한잔하자고 연락 오는데 매번 핑계 대고 안 나가려니 그것도 참 눈치 보이는 일이다. 20대 평균 부채가 3천만 원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내가 그 평균치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이 났다. 남들은 이 나이에 다들 여행도 다니고 돈도 모으는 것 같은데 나는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가끔은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법원 우편물 오면 무서워서 뜯어보게 된다.

3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변제 기간을 3년으로 잡았는데, 이게 단순히 숫자상으로는 36개월이지만 당사자한테는 정말 아득한 시간이다. 매달 급여가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법원에 내야 하는데, 최저 생계비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주말엔 웬만하면 집 밖을 안 나간다. 친구들이 보내는 인스타 피드를 보지 않으려고 앱까지 삭제했다. 가끔 정말 참기 힘들 때는 그냥 편의점 맥주 하나 사서 집 앞 공원에 앉아 있는 게 유일한 사치다. 대략 월 100만 원 정도를 변제금으로 내고 있는데, 이게 끝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싶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막막함

최근에 회생 절차 중간에 보정 권고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추가 서류를 내라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가서 또 법률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매번 바쁘다고 하고, 나는 또 마음 졸이고. 빚이라는 게 참 끈질기다. 처음 신청할 때는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과정을 겪어보니 이건 그냥 또 다른 시작일 뿐이었다. 가끔은 그냥 처음부터 대출을 받지 않았더라면, 주식 차트를 보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음 달 변제금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두고 있다.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남았다는 사실이 문득 나를 지치게 만든다.

댓글 4
  •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돈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적이 있었어요.

  • 주식으로 빚이 생겨서 그런 것도 있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 것 같아요.

  • 변제금 때문에 일상 자체가 너무 줄어든 것 같네요. 그 시간, 그냥 좀 더 자유롭게 보내고 싶어요.

  • 처음 주식과 생활비라고 말했을 때 사무장의 표정이 딱히 좋지 않았던 부분에 공감했어요. 그런 대화가 얼마나 압박감을 줄 수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