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서류를 뒤적거렸다. 벌써 세 번째 확인하는 건데도 왜 이렇게 빠진 게 많은 것 같은지 모르겠다. 사실 개인회생을 결심하기까지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 주변에 알릴 수도 없고,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소문이 날까 봐 강남역 근처 사무실 말고 아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상담을 다녀왔다. 첫 상담비로 10만 원을 냈는데, 이게 상담비인지 아니면 그냥 수수료의 일부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상담해 준 변호사는 아주 사무적으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내 상황이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라서 금방 끝났다. 수임료는 보통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를 부르는데, 당장 그 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대출을 알아보게 만드는 악순환인 것 같아 며칠을 고민했다.
자동차 담보 대출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상담받으면서 가장 당황했던 건 내 명의로 된 자동차 담보 대출이었다. 그냥 차가 있으니 당연히 되겠거니 싶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골치 아픈 문제였다. 채권자 목록에 넣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따로 갚아야 하는 건지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변호사는 “어차피 회생 들어가면 다 묶인다”고만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차가 없으면 출퇴근부터 당장 문제가 생긴다. 자동차 담보 대출은 일반 신용대출이랑 달라서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고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차를 정리했어야 했나 싶다. 며칠 전 뉴스에서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레버리지 ETF 손실이 56조 원이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길래 시작했던 건데, 돌아보니 내가 왜 그랬나 싶고 밤마다 후회가 밀려온다.
신용회복위원회냐 개인회생이냐의 딜레마
처음에는 신용회복위원회를 먼저 알아봤다. 그런데 상담을 해보니 내가 가진 채무 비중이 생각보다 높아서, 원금 탕감을 기대하기엔 회생이 더 낫다는 말을 들었다. 새출발기금 같은 것도 알아보긴 했는데, 거기는 담보대출은 또 별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차피 남은 대출 전체를 일괄적으로 심사받아야 한다니 이리저리 잔머리 굴릴 여지도 없다. 다들 한 번 결정하면 뒤는 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 법원 근처를 지나가는데 괜히 사람들이 나를 다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괜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준비물 챙기다가 지쳐버린 오후
신청 서류가 정말 끝도 없다. 통장 거래 내역서, 부채 증명서, 뭐 하나 떼러 갈 때마다 은행 창구 직원의 시선이 따갑다. 특히나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썼던 카드 내역까지 다 털어야 한다니, 솔직히 좀 비참한 기분마저 든다. 법원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만 벌써 세 번이다. 오늘은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한 시간이나 늦었는데, 결국 서류가 미비해서 접수도 못 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창밖을 보는데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이게 다 끝나면 진짜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빚을 지고 이 짓을 반복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남는다. 일단 내일 다시 구청에 가서 서류를 더 떼봐야겠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멈출 수도 없다.
자동차 담보 대출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시는 모습 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공감되네요. 특히 채권자 목록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답답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