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뭉치를 들고 법무사 사무실을 나오던 날

서류 뭉치를 들고 법무사 사무실을 나오던 날

서류는 생각보다 훨씬 두꺼웠다

지하철역 근처 법무사 사무실을 처음 찾아갔던 날이 기억난다. 원래는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인터넷 카페도 기웃거리고, 공공기관 사이트도 들락날락했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급여 통장 내역에 채권자 목록, 진술서까지. 개인회생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힌 건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서류가 주는 압박감이었다. 법무사 사무실 문을 열기 전, 사무장님과 짧게 통화를 할 때 들었던 수임료 200만 원대의 견적은 예상보다 조금 비싸게 느껴졌지만, 지금 당장 내 급여 압류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스스로 처리하겠다는 고집을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비용 분납이 없었다면 시작도 못 했을 것

상담을 하면서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비용 분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매달 갚아야 하는 빚도 벅찬데, 한 번에 큰 금액을 내라고 했다면 아마 다른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상담받았던 곳에서는 비용을 일시불로 내야 한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일시불에 집착했나 싶지만, 당시는 당장 다음 달 생활비 걱정이 앞섰던 때라 그랬던 것 같다. 결국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서류 접수 시점에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몇 달에 나눠 내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내고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지만, 그게 시스템이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이라는 꼬리표와 개인회생 기간

직장을 다니면서 개인회생을 진행하는 건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이었다. 매달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변제금이 정해지면, 그 돈을 낼 때마다 월급날이 기쁘기보다는 그냥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숫자가 된 것만 같았다.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 변제 기간이 잡히는데, 3년이라는 숫자가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첫 회차 변제금을 내고 나니 벌써 한 달이 지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이제 겨우 시작인가 싶어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했다. 동료들은 내가 이런 상황인지 전혀 모르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지만, 속으로는 매번 법원에서 날아오는 등기 우편이 신경 쓰여 등기소 근처만 지나가도 가슴이 철렁한다.

개인워크아웃과 고민했던 순간들

사실 개인회생과 개인워크아웃 사이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워크아웃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혹했는데, 내 채무 상태를 보니 회생 쪽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확히 어떤 게 나에게 유리한지 지금도 100% 확신은 없다. 그저 전문가가 하라는 대로 서류를 챙기고, 법원의 보정 명령에 맞춰 수정 사항을 전달할 뿐이다. 가끔은 ‘그냥 파산을 신청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소득자라면 모를까, 일을 하고 있으니 꼬박꼬박 갚아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하는데 때로는 이 긴 시간이 버겁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개인회생이 승인되고 나서도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기업들도 회생 절차를 밟다가 불완전 판매니 뭐니 해서 말이 많은데, 개인인 나라고 다를 게 있을까 싶다. 증권사나 금융기관들이야 기업이니까 복잡한 논리로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찾지, 개인은 그저 주어진 변제금을 매달 성실히 납부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얼마 전에는 시스템 오류로 입금 확인이 늦어질 뻔해서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작은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법무사 사무실에 전화를 거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다 끝나고 나면 정말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 아직도 매달 25일이 되면 계좌 잔고부터 확인하는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댓글 2
  • 증권사나 금융기관들과 비교하면 개인의 경우 빚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와닿네요. 시스템 오류 때문에 겪었던 경험도 저랑 비슷해서 공감됩니다.

  • 변제금 때문에 월급날이 오히려 불편해지는 느낌이네요. 3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흘러갈지 상상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하니, 정말 힘든 여정이겠어요.